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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야할 주제 축적

몽골의 세시 풍속

 몽골인은 가축의 젖으로 무수한 음식과 유제품을 만든다. 젖으로 치즈, 버터는 물론이고 아이락(馬乳酒), 타라크(요구르트) 등 10여 가지 음식을 만들어낸다. 질이 좋은 젖일수록 오래 두고 먹기 위해 건조하는 경향이다. 질이 낮은 것들을 건조하려면 품만 많이 들뿐기대보다 효과가 적기 때문이라는 것. 유제품을 관리하는 것은 여성들의 일이다. 주로 나이 어린 여자애들이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해낼뿐이다.

 

 젖 종류를 가축별로 분류해 보면 소와 양, 염소의 젖으로는 타라크 낙타와 말 젖으로는 아이락을 각각 만든다. 젖의 농도와 양에 따라 필요한 유제품을 생산한다.

 

 우유도 그냥 마시지 않는다. 보관과 소독을 겸해 젖을 끓이면서 땐 윗부분의 ‘으름'이라고 부르는 기름덩이, 중간 부분의 젖(마유 혹은 우유), 그릇에 눌어붙은 검게 탄 우유인 호삼' 등도 각각 분리해 모두 식량으로 사용한다.

 

 으름은 쉽게 설명하면 버터다.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유를 그릇의 윗부분이 엉겨 붙을 정도로 진하게 끓여 위에 뜬 부분만 떠내 응고시킨다. 물기가 없어지고 고체만 남은 것이 으름이다. 이를 가죽 주머니나 나무통에 넣어두고 겨우내 먹는다. 가축의 말린 위나 오줌보가 저장 주머니로 자주 사용된다. 으름은 손님이 오면 스낵으로 내놓기도 하고 차에 타서 아침식사 대용으로 마신다. 시장에서도 가축의 오줌보에 저장된 으름이 자주 눈에 띈다. 오줌보 스스로가 공기를 유통시켜 으름의 장기간 보관을 가능하게 한다.

 

 

 굳히지 않은 으름은 '노란 기름'(샤르 토스)이라고 부른다. 겨울까지 저장했다가 밀가루로 만든 과자를 튀길 때 쓴다. 호쇼르를 만들 때도 대부분 이 기름을 사용한다. 식물성과 달라 진하다. 건조한 우유는 '아롤'이라고 한다. 탈지분유보다는 기름기가 많아 더 끈적거리고 찰지다. 끈적한 우유를 탈수시켜 나무판 위에 놓고 전빵보다 조금 크게 썰어 햇볕에 딱딱하게 말리면 아롤이 된다. 말린 아롤은 겨울 또는 장기 비축 식량으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

 

 이 적은 계절에 영양보충식으로 예로부터 이용돼 왔다. 딱딱하게 굳은 아롤을 입 안에 넣고 침으로 녹여 먹는다.

설탕을 뿌려 말린 아롤은 어린이의 간식으로 최고의 인기이다.

 

 1950년대 말 구호품으로 배급된 우유를 밥에 쪄서 딱딱해진 것을 먹어본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루일 때는 헤프기만 하던 우유도 밥에 쪘다가 식으면 단단해진다. 이 돌처럼 단단한 우유덩어리를 입에 넣어 침으로 녹여 먹으면서 허기를 면하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몽골인은 '아롤을 씹으면 치아가 튼튼해진다'면서 아롤을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아롤을 먹인다. 여름철에는 초원의 겔 지붕마다 아롤을 말린다. 몽골인은 아롤이 널려 있는 지붕을 쳐다보면서 먼 고향과 동심을 떠올린다.

 

 13세기 중국의 기록에 따르면 몽골인은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르면 가축의 젖을 마셨다. 여기서 젖이란 아이락을 말한다. 말 젖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으로 발효시켜 만든 것이 아이락이다. 아시아 지역 유목민들은 칭기즈칸 이전부터 지금까지 같은 방법으로 아이락을 만들어 오고 있다.

 

 우리에게는 일본인들이 번역해서 사용하는 마유주(馬乳酒)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몽골인은 마유주를 술의 개념으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젖으로 만든 좋은 식품일 뿐이다. 술의 개념이라면 환자나 아이들에게 먹이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몽골인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중증의 환자에게 아이락을 먹인다. 이를 보거나 몽골인에게 물어봐도 아이락을 술 종류로 여기지 않는다.

 

 여름에는 한 사람당 매일 3~50의 아이락을 마신다. 여름의 식사대용이다. 몽골인은 특별한 요리를 하는 대신 여름에는 아이락을 상식한다. 그만큼 많이 생산되고 영양가가 높은 음식이다. 일본인이 아이락을 마유주로 번역하여 사용한 것은 아이락에 알코올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막걸리와 비슷한 6~7도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다. 두세 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도 솟는다. 남녀노소 구분 않고 먹는 고급 영양식이다.

 

 아이락을 처음 마실 때는 알코올이 들어 있다는 선입견과 허연 색깔 때문에 망설여진다. 마셔 보면 첫맛은 조금 비릿한 듯한 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약간 시큼한 맛도 느낄 수 있다. 시금털털하다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입 안에서 잠깐 동안 거부 반응을 느낄 수 있지만 마셔도 별 탈이 없다. 입에 배면 고소하고 없으면 찾게 된다.

 

 몽골인 겔을 찾아갔을 때 주지 않으면 오히려 서운한 감마저 든다. 몽골인은 손님이 찾아오면 아이락을 대접한다. 꼭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인사를 마치면 두세 그릇을 마시게 하고는 안부를 물으면서 밀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맨입으로 손님을 앉아 있게 하면 혼쭐나는 우리의 풍습과 비슷한 면이다.

 

 아이락으로 입을 축이고 그리고는 방문 목적을 이야기한다. 히포크라테스는 아이락이 폐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아이락은 비타민 A·C·B 등을 포함하고 있고 병원체 미생물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한다. 특히 폐와 위 질환에 효험이 있고 신경작용을 활성화한다. 또 식욕과 소화력을 증진시킨다.

 

 오래된 아이락에서는 사이다처럼 기포가 올라오고 맛도 몹시 시어진다. 덜 숙성된 아이락은 배탈이 나고 너무 발효된 것은 매우 시고 독소도 들어 있어 마시면 위험하다.

 

 아이락 맛은 집집마다 각각이다. 가축 사료가 다 다르고, 첨가물이 지역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품질이 좋은 아이락은 아르 한 가이 불간 아이막에서 생산된다. 전문가들은 고비 지방의 아이락에는 고비 지역 특유의 풀향기가 스며 있다고 말한다. 신토불이(身不二)라는 말이 몽골인들의 유제품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우유와 고가의 맛이 각 지방의 기후와 토양에 따라 각각 차이가 난다.

 

 몽골인은 몽골 동남쪽 지방에서 생산된 고기가 가장 맛있다고를 말한다. 풀에 물기가 적어 이를 먹고 자란 가축의 고기에 수분 함량이 적다는 것이다. 몽골인은 이런 맛을 구분할 정도로 유제품과 고기를 많이 먹는다. 우리가 김포, 이천 쌀밥 맛이 더 좋고 순창 고추장 맛이 낫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몽골인은 초원에서 많으면 하루 평균 30~40ℓ씩 말 젖을 채유하지만 일가족이 다 마시기에는 많은 양이다. 말젖을 그대로 보관하면 2일을 넘기기가 힘들다. 우유와 같은 젖 종류라서 곧 부패하기 때문이다. 이 말 젖을 발효시키면 약 1주일 가량 저장이 가능하다. 몽골인은 이런 생활의 지혜를 발휘, 초원에서의 생활을 풍요롭게 이끌어 갔다.

 

 아이락은 운반이나 저장이 젖보다 쉬워 선호된다. 말젖을 가죽부대에 넣고 나무 막대기로 밤새 휘젓는데, 1만 5천 번을 휘저으면 아이락이 된다. 휘저을 때 산소가 공급된다는 것이다. 1만 8천 번을 저으면 질 좋은 아이락이 된다면서 자주 저으라고 강조한다. 이 숫자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이 저을수록 산소 공급량이 많아져 좋은 아이락이 된다는 것이다. 몽골인은 여름 밤새 아이락을 젓는다. 겔 문 옆에다 가죽부대나 젖통을 놓아두고 오가면서 일삼아 나무 막대기를 휘휘 저어준다. 우리나라 고무래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보통 막대기로 저으면 산소공급량이 적기 때문이란다. 아이락이 한참 발효될 때는 솥에서 죽이 끓을 때처럼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기포가 솟아오른다. 주부나 가장 심지어는 아이들조차도 집을 들며 나며 심심하면 아이락을 저어주는 것이 한여름의 주요한 가사노동이다.

 

 몽골 문학작품에는 아이락을 휘젓는 소리가 항상 등장할 정도로 보편화된 몽골인의 전통 생활방식이다. 멀리서 아이락 젓는 소리가 들려오면 허기와 피로에 지친 나그네들은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는 희망에 젖는다. 아이락 휘젓는 소리가 어머니 품속을 생각나게 한다는 걸 보면 몽골인들 뇌리에는 아이락이 기본 식사로 각인돼 있는 것 같다.

 

 아이락과 우유는 또 행복의 상징이다. 흰색의 종교적 의미 때문에 축제와 기념일에는 꼭 아이락이 쓰인다.

우유·양유·염소 유로 만든 타라크(요구르트)도 주요한 유제품이다. 생우유보다 보관과 운반을 용이하게 만든 발효식품이다. 설탕, 방향제, 과일 등 아무런 첨가제도 사용하지 않아 천연 그대로의 발효 맛만 깨끗하게 느껴진다.

발효된 타라크와 아이락에 우유를 섞은 것은 기각 에템', '흐르로이라고 불린다.

 

 몽골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아이락을 증류, 술로 만든다. 증류 하 아르히, 아르츠, 호르츠, 사르트 등 다섯 종류의 술이 된다. 이때 대표적인 것이 아르히, 아르히는 시장에서 유통된다. 이를 몽골 아르하라고 부르며 보드카와는 구별된다.

 

 아르히는 우리나라에서 소주를 빚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증류한다. 우리 시골에서는 솥뚜껑을 거꾸로 엎어 찬물을 부어 소주를 증류, 냉각시켜 만든다. 몽골에서는 주전자 꼭지가 달린 것 같은 질그릇으로 아르히를 증류, 효율을 높이고 있다.

 

 몽골 아르히를 만드는 데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손도 많이가 기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가게에서 독한 술을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전통 아르히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몽골 아르히는 10~12도의 무색투명한 무미의 술이다. 처음 맛볼

때는 알코올 기를 거의 느낄 수 없다. 단지 화독내가 조금 난다. 입 안에서도 거부감이 조금 있다. 알콜기 대신 덤덤한 맛이 초취(焦臭)와 어울려서 야릇한 냄새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아르히를 마실 때는 조심해야 한다. 밋밋할 정도로 알콜기를 느낄 수는 없지만 마시고 나면 취기가 뒤늦게 올라 실수하기 딱 좋다. 그리고 숙취가 되면 다음날 아침 머리가 아파 몹시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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